이곳은 집옥재 일원입니다. 집옥재는 ‘보물을 모아 놓은 곳’이란 뜻을 가진 건물입니다. 이 곳에는 4만여권에 이르는 책이 보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서양의 기계 문명,과학 서적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요. 왕립도서관이라고나 할까요? 그 책들은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세 건물은 복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른편의 협길당은 전형적인 조선집이지만 가운데 집옥재와 왼편 팔우정은 왠지 이국적 정취가 풍깁니다. 이 건물은 청나라의 건축양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용마루의 용도 경복궁 다른 전각에서 본 용과는 다릅니다. 조선 건축에서는 용의 머리를 얹어 놓는데 집옥재는 몸을 휘감고 올라가는 용을 올려놓았지요. 그러나 집옥재를 지키는 돌짐승은 영락없는 조선식입니다. 동글동글 주먹코에 헤벌쭉 웃는 얼굴. 조선 특유의 해학미가 느껴지는 조각기법이지요. 고종임금은 청나라의 신식 문물을 들여오면서 청나라양식의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쪽에는 온돌이 놓인 조선집을 나란히 앉혔습니다. 구한말 이 곳에서 고종임금은 미국, 일본 공사, 오스트리아 사신들을 접견하고 국서를 전달받았습니다. 당시 조선은 내부적으로는 동학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청일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조선의 운명을 논하는 숨가쁜 회의가 이곳에서 이루어졌겠지요. 이 주변은 1961년 이후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수도경비사령부가 머물면서 보안과 경호를 이유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과 함께 개방되었습니다.